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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livier Saillant - Teatro N°5 - Cinecittà Studios - R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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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livier Saillant - Teatro N°5 - Cinecittà Studios - Rome

더 쇼(The Show)
BY 레베카 로토프

바, 레스토랑, 빵집, 식료품 가게, 꽃 가게, 지하철 역, 영화관까지, 파리의 거리 전경을 한 장의 사진에 담아, 로마의 전설적인 영화 스튜디오인 치네치타의 한가운데 그대로 옮겨 놓으면, 2015/16 샤넬 공방 쇼를 위한 영화 세트장이 완성된다. 공방 컬렉션 쇼는 매년 12월마다 매번다른 도시에서 열리며, 샤넬이 보유한 전문 공방의 장인들의 기술를 기리기 위한 자리이다.

칼 라거펠트는 페데리코 펠리니가 1960년대에 그의 수작 <라 돌체비타>를 촬영했던 스튜디오인 테아트로 No.5에 ‘파리 인 로마’ 세트장을 완성했다. 디테일한 요소를 하나하나 살린 대규모 세트장이었다. 전체적으로 흑백 무대 장치로 꾸며진 공간을 바라보고 있자니, 낡은 영사기의 빛바랜 은빛과 함께 이탈리아의 영화 제작 전성기가 떠오르는가 하면, 코코 샤넬이 이탈리아 영화 감독의 거장 비스콘티, 또는 안토니오니가 연출한 영화에 출연한 잔느 모로, 모니카 비티, 아누크 에메, 로미 슈나이더와 같은 유명 여배우들의 촬영 의상을 직접 디자인했던 시절 또한 떠올랐다.

칼 라거펠트가 무대를 단색으로 꾸민 데에는 깊은 뜻이 숨어 있었다. 의상들 중 많은 수가 블랙 및 베이지, 크림, 그레이, 네이비 블루와 같은 샤넬의 고전적인 컬러들로 이루어진 만큼, 단색 배경을 통해 컬렉션 의상들을 보다 선명하게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서인지 쇼 시작을 알리는 피아노 선율(피아니스트 크리스토프 샤숄의 연주)이 흘러나오고, 모델들이 무대에 꾸며진 지하철 역에서 차례로 나오는 순간, 실제로 의상들이 그 어느 때보다 아주 선명한 실루엣을 뽐냈다.

컬렉션을 보는 순간 지극히 프렌치적인 느낌이라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다. 꼭 무대 위에 파리 거리의 전형적인 풍경을 그대로 재현해놓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컬렉션의 요소 하나하나가 모두 프랑스의 전형적인 느낌, 샤넬 고유의 느낌을 물씬 자아냈다. “그래서 이번 컬렉션이 ‘파리 인 로마’인 겁니다, 아주 중요한 부분이죠” 칼 라거펠트가 힘주어 말했다, “샤넬은 프랑스의 하우스이고, 공방 컬렉션은 프랑스에서 가장 숙련되고 재능이 뛰어난 세계 최고 장인들의 손끝에서 탄생했으니까요.” 그래서 칼 라거펠트는 이번 컬렉션 쇼에서 모델들이 브리짓 바르도 스타일인 올린 머리를 하도록 하는가 하면 펄 장식이 들어간 뮬(mule)을 신도록 했다. 굽이 높은 여성용 슬리퍼 형태의 뮬은 샤넬 쇼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디자인이기도 하다. 게다가 반짝거리는 메탈 장식이 들어간 부클레 드레스부터 유광 블랙 펜슬 스커트, 완벽히 주름 잡힌 리틀 블랙 드레스, 새로운 형태의 스리피스 수트(자켓, 스트레이트 스커트, 시가렛 팬츠)까지 슬림하게 잘 빠진 실루엣이 드러나는 의상 위에 롱 트위드 자켓을 걸치고, 모든 드레스 의상에는 관능적인 레이스 스타킹을 매치한 모습도 눈에 띄었다. 한 눈에 봐도 파리 고유의 스타일이 컬렉션 의상에 전반적으로 묻어 났다.

하지만 이번 쇼, 그리고 컬렉션의 마법은 칼 라거펠트가 ‘파리 인 로마’의 다양한 모습을 조화롭게 그려낸 방식에 있었다. 오커(ocher, 황토색) 및 오렌지, 카푸치노, 핑크와 같이 로마를 상징하는 금빛 컬러들을 의상에 자연스레 녹여내는가 하면, 원단 자체에 위트가 돋보이는 디테일을 넣어 보다 풍부한 느낌이 감돌게 했다. 가죽 펜슬 스커트에 가미한 작은 나비 리본 장식은 이탈리아의 ‘파르팔레’ 파스타 모양을, 수작업으로 칠한 깃털 장식은 로마 대리석을 떠올리게 했다. 또한 드레스의 네크라인은 교황이 착용하는 짧은 어깨 망토를 본따 만드는가 하면, 아주 부드러운 캐시미어 소재 의상 위에 묵주 형태의 목걸이를 걸치기도 했다. 그 외에도 선명한 산호색으로 물든 꽃잎 장식이 들어간 코쿤 드레스는 꾸뛰르 의상이 파리는 물론 로마에서도 활개 쳤던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이번 컬렉션이 지닌 가장 큰 의미는 바로 샤넬을 프렌치 시크의 패러다임으로서 보여줌과 동시에 세계 어느 도시든 문화든, 그 어떤 것에서 영감을 얻든 상관없이 공방 컬렉션을 멋지게 완성하는 장인들의 놀라운 솜씨를 선보였다는 점이다. 쇼가 끝나자, 무대 배경으로 놓여 있던 상점들이 갑자기 불을 환하게 밝히고, 저마다 문을 활짝 열며 파스타, 피자, 젤라또를 내놓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샤넬이 보유한 전문 공방들의 빛나는 존재감과 그들이 내보이는 변형시키는 힘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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