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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4 크루즈
BY KENNETH GOH(케네스 고)

샤넬 2013 크루즈 컬렉션 오프닝으로 1,000여명의 패션병사들이 유령행진을 하는 것이 칼 라거펠트의 아이디어였다면 싱가폴에서 이에 딱 맞는 장소를 찾은 듯 했다. 싱가폴 다운타운의 정교한 고층빌딩 숲으로부터 몇 분 거리에 있는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 군대의 막사인 로웬 클러스터(Loewen Cluster)는 그 목적을 달성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이곳의 희고 검은 낡은 빌딩들은 6개월 전부터 개조되어 이제 열대의 태양빛을 막기 위한 블랙과 화이트 대나무 블라인드가 달린 긴 흰색의 갤러리로 바뀌어 있었다. 잘 쓸고 닦아 과거 식민지 시대의 영광을 되찾은 동시에 벽의 벗겨진 페인트 칠이나 삐걱거리는 나무 천장 등은 과거의 모습을 적당하게 유지하고 있었다. 칼 라거펠트는 새 것에서는 찾기 어려운 바로 이런 로맨틱한 매력과 불완전함 그리고 이곳의 분위기에 푹 빠진 것이다.

결과는 완벽했다 – 이 곳은 2013년 5월 9일 라거펠트가 샤넬의 패션 병사들을 런웨이에 행진시킬 수 있도록 준비가 완료되었다.

크루즈 컬렉션이 성공하려면 훈훈한 날씨가 중요한데 라거펠트의 계산은 정확했다. 싱가폴의 날씨뿐만 아니라 열대 온도와 깊은 식민지 시대의 잔재 등 이곳의 환경은 이번 컬렉션을 위해 완벽하기 그지 없었다.


과거 샤넬의 크루즈 컬렉션이 열린 곳은 생 트로페(St. Tropez), 캡 당띠브(Cap d’Antibes)와 프랑스 베르사이유 등의 장소였다. 그렇기에 이번 쇼는 세계적인 샤넬 크루즈 컬렉션이 싱가폴에서 데뷔를 하는 것을 의미했다. 싱가폴을 택한 이유는 샤넬의 회장 브루노 파블로브스키(Bruno Pavlovsky)의 말을 빌리자면 이곳 온도가 낮을 때 보다 높을 때가 많고 이곳의 기후가 컬렉션이 팔리기 시작할 때인10월에서 6월까지도 여전히 따뜻하기 때문이다.

우연히도 이번 컬렉션은 코코 샤넬이 1913년 프랑스 도빌(Deauville)에 부티크를 처음으로 오픈하면서 패션계에 본격적으로 입문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를 기념하게 되었다. 칼 라거펠트는 식민지시대 스타일과 파리지엥 리비에라 시크를 섞으면서 80여개의 대조적인 룩을 만들어냈다. 예컨대 처음에는 넓은 팔라초(palazzo) 바지와 스키니 펜슬 스커트, 긴 가디건과 세일러 스트라이프 무늬가 들어간 튜닉이 나오다가 곧이어 짧은 자켓과 미니 크로쉐(crochet) 드레스가 나오기도 했다. 투톤 V넥 스웨터, 깔끔한 셔츠, 넥타이 그리고 싱가폴 크리켓 배트와 보호패드로 이뤄진 크리켓 선수복에는 데님이 우아하게 어우러져 있었다. 이왕이면 6점(홈런)으로 녹아웃 시켜버리려는 의도였을까?

블랙 옻칠을 한 밀짚 장식이 특징인 펜슬드레스와 블루 시퀸과 진주 그리고 르사쥬(Lesage)의 자수가 듬뿍 달린 드레스는 샤넬의 투명에 가까운 시스루 드레스 매니아들을 결코 실망시키지 않았다. 그 외에도 샤넬을 대표하는 새틴 드레스와 샤넬 하우스의 트위드 – 이번에는 베이지와 네이비 색상에 열대지역의 밤에 딱 어울릴만한 성긴 짜임이 특징인 트위드 – 도 물론 등장했다. 섬세한 블랙 레이스는 코튼 포플린에 장식되고, 남녀 공용으로 나온 빳빳한 화이트 팬츠에도 레이어드 되었다.

하지만 황홀한 마력이 빠진 샤넬 쇼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번 쇼의 마력은 샤넬의 대사 저우쉰(Zhou Xun)과 안나 무글라리스(Anna Mouglalis), 아스트리드 베흐제 프리스베(Astrid Berges-Frisbey), 배우 다코타 패닝(Dakota Fanning), 린코 키쿠치(Rinko Kikuchi) 그리고 싱가폴의 배우 조 테이(Zoe Tay)와 범문방(Fann Wong)이었다. 그리고 환상적인 수퍼모델 스텔라 테넌트(Stella Tennant), 조안 스몰스(Joan Smalls), 카라 델레바인(Cara Delevingne) 및 중국의 수퍼모델 샤오 웬 주(Xiao Wen Ju), 수이 허(He Sui) 그리고 밍 시(Ming Xi) 등이 전 세계에서 쇼를 찾은 관객들을 위해 멋진 캣워크를 선보였다.

샤넬에게 크루즈 컬렉션 시즌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올해는 마드모아젤 코코 샤넬이 1913년 직접 샤넬 패션을 현실화 시킨지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에 더 더욱 그러하다.

칼 라거펠트는 이번 행사를 기념하기 위해 코코 샤넬에 대한 영화를 준비했다. 래플스 호텔(Raffles Hotel)의 잘 가꿔진 앞 뜰에서 별이 빛나는 밤하늘 아래 사람들은 싱가폴의 클래식 칵테일 싱가폴 슬링(Singapore Sling)을 마시며 이 15분짜리 영화를 감상했다.

1913년을 배경으로 키이라 나이틀리(Keira Knightley)가 코코 샤넬 역을 맡고 여러 아름다운 배우가 고객과 비평가 역으로 등장하는 이 영화는 풍자극으로 쾌활하게 패션의 경박한 부분을 다루고 있다. 이 영화는 흑백영화이며 물론 영화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제품들은 샤넬 작품이다.

이에 앞서 래플스 호텔에서 칼 라거펠트는 국제적인 이번 행사에서 선보일 의상에 맞는 액세서리를 고르는 등 마무리 작업을 했다. 끝없이 이어지는 로듐 팔찌와 목걸이는 펑키 하면서도 모던한 분위기를 더했다. (바로 전날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파티 주제가 “펑크-카오스에서 꾸뛰르까지 (Punk – from chaos to couture)”였던 것을 감안하면 탁월한 선택이다.)

라거펠트의 손을 거치면 비정형 데코 드레스와 바지도 멋진 워킹과 포켓에 손을 넣는 것만으로도 모던하게 변한다. “손을 주머니에 넣고 이렇게 걸어보세요” 라고 칼 라거펠트가 캣워크를 준비하는 사스키아 드 브로우(Saskia De Brauw)에게 말했다. 화이트 조끼와 바지 그리고 남성적인 트위드 자켓을 걸친 그녀는 한 손으로는 화이트 가방을 쥐고, 다른 쪽 손은 주머니에 넣으면서 쿨한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다. 워킹이 전부다 – 만약 라거펠트의 리틀 레드 돗 여행에서 우리가 배울 것이 있다면, 잘 어울리는 태도 하나가 심플한 드레스도 모던하고 아름다운 드레스로 바꿀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케네스 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하퍼스 바자 싱가폴

사진 by 올리비에 세일랑(Olivier Saill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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