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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봄-여름 레디-투-웨어

10월 5일, 파리 그랑 팔레

Chanel.com에서 패션쇼 풀 버전 영상을 감상하세요.

그랑 빨레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그랑 빨레는 증발해 사라지고, 몽환적인 분위기의 스톤으로 꾸며진 독특한 모습의 18세기 정원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 펼쳐진 것이다. 10월 5일 화요일, 숨죽인 2,800명의 관객들이 어린아이처럼 매혹적인 장관에 푹 빠져 버린 순간에는 시간마저 멈춰선 것 같다. 무언가 특별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우아함과 고상함으로 가득하다. 세 개의 분수가 흘러 내리고, 라무르(Lamoureux) 심포니 오케스트라 단원 80명이 패션쇼를 위해 색다른 음악을 연주한다. 여기는 2011년 샤넬의 패션쇼장이 분명하지만, 알렝 레네 감독의 “지난 해 마리앙바드에서(Last Year at Marienbad)” 영화 세트장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2001년 스페이스 오딧세이(Space Odyssey)를 제작하던 시절의 스탠리 큐브릭 감독과 함께 있는 것만 같다. 이 모두로 인해 시대를 뛰어 넘는 듯한 즐거움을 느낄 수가 있다. 신화의 시대가 펼쳐진 것이다. 이 시대의 여성은 무심한 듯 에로틱하고, 장난끼 가득하지만 우아하고, 여리지만 강렬하다. 2011 봄-여름 레디-투-웨어 컬렉션도 이와 같다. 샤넬을 상징하는 여성의 이미지는 “지난 해 마리앙바드에서”의 여주인공 델핀 세이릭의 모습이다. 샤넬이 이 영화의 의상을 직접 제작하기도 했었다. 세이릭 이외에도 프레야 베하, 스텔라 테넌트와 함께 이네스 드 라 프레샹쥬도 샤넬의 이미지를 대표한다. 이 날 이네스 드 라 프레상쥬가 속이 비치는 레이어드에 자수가 놓인 긴 블랙 이브닝 드레스 차림에 새틴 발레 슈즈를 매치한 스타일리쉬한 모습으로 등장하자, 박수갈채가 울려 퍼졌다.
컬렉션의 키워드는 가벼움이다. 블랙 색상에 세련된 패턴이 돋보인 코튼 보일이나 섬세한 튤의 정교한 매시 등 가벼운 패브릭이 많이 사용되었다. 데이 웨어와 이브닝 웨어 모든 의상에 풍성하게 사용된 깃털은 트위드에 자수 장식으로, 짧은 드레스의 밑단 장식으로, 그리고 칼라나 소매의 포인트로도 완벽하게 연출되었다. 모든 곳에 깃털이 장식되었다. 예를 들어, 연한 오렌지색 타조 깃털 드레스는 매우 심플하고, 너무나 관능적이다.
욕망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는 드러내야 하지만, 감추는 것이 때때로 더욱 효과적이다: 구멍이 커팅된 연한 회색 또는 화이트 진, 여기저기 솜씨 좋게 찢어진 재킷을 보고 속살을 상상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상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무아지경에 빠지게 된다. 보일 듯 말 듯 속이 비치는 보일 드레스는 정서적 감흥을 불러 일으킨다. 이번 컬렉션의 상징적인 의상 중 하나가 미니-쇼츠, 더 정확히 말하자면 재단된 미니-쇼츠이다. 대담하게 젊은 감각을 선보이며 거부할 수 없게 만드는 이 쇼츠의 매력에 우리 모두가 사랑에 빠졌다. 순수함을 상징하는 밝은 화이트 톤의 이너에 루스한 재킷과 메탈릭 실버의 브레이드 트위드 쇼츠를 매치한 모델은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압도적인 우아함을 선보인다. 재치 가득한 이 쇼츠는 이제 더 이상 젊은 여성만을 위한 의상이 아니다. 샤넬이 모든 여성을 위한 최적의 의상으로 탄생시켰기 때문이다.
V모양 밑단의 미드나잇 블루 니트 드레스나 트위드 데보레(dévorée) 드레스를 입고, 우든 웨지힐이나 자수가 놓인 부츠, 블랙 싸이하이 레더부츠를 신은 샤넬의 모델은 관객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듯 자신의 페이스대로 당당하게 걸어 나온다. 칼 라거펠트와 이번 컬렉션처럼 그녀도 노스텔지아의 이방인이다. 그녀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미래로 흘러가는 것처럼 보인다. 오로지 자유와 욕망이 있는 미래를 향해. 이 화려하고 친숙한 쇼 뒤에 침묵을 지키고 있는 뮤즈 델핀 세이릭(Delphine Seyrig)처럼.
“바닥이 여전히 거친 모래처럼 느껴지는 것처럼, 당신과 재회하기 위해 걷는 이 길은…”

사진: 올리비에 사이랑(Olivier Saill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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